[직격인터뷰]김진명 “2004 美대선 킹메이커는 저였어요”
2007 07/17 뉴스메이커 733호
이른 아침부터 굵은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꽂던 7월 4일. 소설가 김진명(50)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의 신작 ‘킹메이커’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킹메이커’는 노무현 대통령이 친미 성향의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미국 CIA의 공작에 맞서 현재 미국연방구치소에 수감된 김경준을 연말 대선 직전 국내로 송환하려는 시도를 다루고 있다. 김경준은 이명박 후보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옵셔널벤처스코리아(BBK투자자문 후신) 주가조작사건의 주범이다. 이 소설이 범상치 않은 이유는 대선주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소문으로 돌고 있는 그들을 둘러싼 무성한 흉허물을 직접적으로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가 당선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책 서두에서 주장하고 있다. 김진명은 “당시 케리에게 약 6%를 리드당하고 있던 부시에게 내가 북한 핵과 관련해 모종의 제안을 했고 부시는 즉각 승낙의 신호를 보내옴으로써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소설 속에서는 ‘킹메이커’로 등장하는 인물 앨런 차가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라고 했다). 장대비를 뚫고 김진명이 있는 충북 제천까지 내려가는 동안 혼란스러웠던 이유다. 의구심은 3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진명은 인터뷰 중 거듭 “I’m Sure”라며 자신의 말이 진실임을 확언했다. 그는 소설 ‘킹메이커’를 불과 보름 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 책 서두에, 2004년 6월 부시에게 북한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면 케리에게 뒤지고 있던 그가 역전할 것으로 보고 모종의 제안을 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어떤 선을 통해 부시에게 제안했다는 것인가.“아직 살아 있는 루트(경로)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 부시는 6월 25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에게 ‘이념과 체제가 다르지만 우리는 북한과 세계평화를 위해 협조할 용의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 또 같은 날 안보보좌관 곤돌리사 라이스가 특별기 편으로 한국에 왔다. 곤돌리사는 당시 다른 나라를 들르지 않고 한국만 왔는데 특별한 방한 이유가 없었다. 그저 몇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다 간 게 다였다. 이게 내가 보낸 제안에 부시가 보내온 신호다. 당시 부시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이미지 때문에 케리에게 뒤져 있었다. 또 이라크전쟁 후 전투기를 괌의 엔더슨 기지로 옮겨 평양을 폭격하는 훈련을 했다. 때문에 부시가 다른 전쟁, 즉 북한 침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국내외적으로 컸다. 난 부시가 북한 핵문제를 총 한 방 안 쓰고,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해결한다면 선거에서 온건한 이미지를 회복해 당선될 것이라 확신했다. 당시 난 미국이 북한에 온건한 메시지를 전하면 북한 김정일도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표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일을 접촉하는 데 실패해 절반의 성공만 거둔 셈이다.”- 왜 실패했나.“처음엔 외교문제에 관한한 김정일의 오른팔인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부대사(현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를 통해 김정일을 움직이려고 했다. 한 부대사에게 지금 당신이 여기에 있을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빨리 평양에 가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일이 잘못되면 숙청당할까봐 하지 않았다. 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갔다. 그가 2002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과 특이한 스킨십(공식적인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화기애애한 의미로 말함)을 이루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침 박근혜도 곤돌리사 라이스의 돌발적 방한과 콜린 파월의 비상한 성명 발표를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난 비서실장을 물러가게 하고 그 내막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평양에 올라가서 김정일을 설득하라고 권유했다. 김정일에게 ‘오빠’라 부르며 미국과 핵무기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하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한반도가 미국 대통령을 뽑는 것이 되고 한반도의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은 임기 내내 한반도를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라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결국 평양에 가지 않았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 중 하나는 케이준으로 명명된 김경준이다. 김경준의 한국 송환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미국 CIA의 음모 때문이라고 믿는 것인가.“미국은 반미성향의 노무현이 정권을 잡으면서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엔 친미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CIA는 한발 더 나아가는데 거기에 걸린 게 김경준이다. 김경준은 송환재판을 두 번 받았고 그때마다 한국 송환이 판결됐다. 그런데 재산과 관련된 재판에서는 한 판사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 김경준이 한국에서 훔쳐간 돈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경준이 3년여간 한국에 못 온 것이다. CIA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명박이 대통령에 뽑히면 미국은 한국 대통령의 약점을 잡고 있는 셈이니 국내 정치에 더 개입할 수 있다.”- 소설에는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이명박의 염문설이 나온다.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명박과 에리카 김의 스캔들은 5~6년 전부터 LA 교민사회에 파다했다. 이명박이 무엇에 홀리지 않은 한 왜 한국에 뿌리도 없는 30대 초반의 김경준에게 수백억의 돈을 투자했다고 생각하나. 에리카김과 이명박은 미국에서 만나 어울렸고, 에리카 김이 명문대를 졸업한 자기 동생이 있으니 이명박에게 잘 돌봐달라고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난 2005년과 2006년 LA에 가서 이를 직접 취재했다. 이명박과 에리카김의 스캔들에 대해 언론이 제기하지 못하니까 작가인 내가 한 것이다. 내 이야기가 잘못 됐으면 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하라.”-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가 그렇고 그런 사이이며 둘 사이에 숨겨놓은 애까지 있다는 소문까지 책에서 거론했다.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 사이의 아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것이다. 때문에 난 박근혜가 명예훼손으로 내게 소송을 거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개개인의 약점을 드러내고자 한 게 아니다. 2004년처럼 의혹이나 악소문 때문에 선거가 좌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의혹이나 흑색선전에 대처하는 사회적 검증문화를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이 ‘소이부답(笑而不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는다)’이라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어쩌면 그 말에 화가 나 소설을 쓴 건지도 모른다. 박근혜의 경우는 그가 모든 검증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내가 최고의 악소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싶었고, 그가 소문의 진상을 당당히 밝히면 난 그에게 공개 사과할 것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없나.“없다. 왜냐하면 반응을 보이는 즉시 추락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관련된 내용은 팩트(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숨기고 싶은 것을 내가 이야기한 것이다.”- 전작 ‘나비야 청산 가자’도 그렇고 이번 소설도 손학규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친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발언형식을 빌어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손학규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선거는 국민의 책임이 크다. 국민의 역량만큼 지도자를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진국은 고무신과 막걸리에 선거판이 갈리고 선진국은 누가 더 역량 있는지를 가늠해 인재를 뽑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투표수준은 낮다. 정치풍토를 모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 출발해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몰라 괜찮은 사람을 뽑지 못한다. 선전이나 힘에 좌우돼 제대로 판을 읽지 못한다. 이명박은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이 되기 힘든 사람인데 지지율이 높다는 게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풍토에서 손학규라는 사람이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명박은 많은 돈과 명성으로, 박근혜는 경북 대구의 절대적 지지로, 정동영은 그 뒤에 김대중이 있다. 하지만 손학규는 그런 후광이 없다. 10여 년간 정치를 하고도 2억 몇천짜리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다. 그걸 북돋울 필요가 있다. 언론은 강자 편이어서 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작가인 나라도 거론하는 것이다. 결코 손학규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손학규 후보와 친분이 있나.“국내정치 특히 선거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생각할 때 국내 정치인을 두루 만나본 적이 있다. 2005년과 2006년의 일이다. 그때 이명박, 고건, 손학규 등 대다수의 후보를 만났다. 그때 한 번 만난 게 전부다.”- 손학규가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낙점될 것으로 보나.“난 ‘나비야 청산가자’를 쓸 때 이미 손학규가 여권으로 갈 줄 알았다. 정치가 뭐고 힘이 뭔지 아는 사람은 보인다. 손학규가 범여권의 후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중은 선거의 귀재다. 노무현을 당선시킨 것도 그다. 이번 선거도 김대중이 쥐락펴락할 것이다. 이번 대선의 본질은 반노무현이다. 노무현 하면 사람들이 두드러기를 일으켜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이해찬은 모두 노무현과 살을 섞은 사람들 아니냐. 객관적으로 보면 손학규가 범여로 넘어가지 않으면 선거가 안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 김대중이 이를 잘 알고 있다. 손학규가 가장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북한과의 자리를 만들어준 게 김대중이다. 김대중은 당시 ‘북한에서는 손학규를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손학규가 범여로 갔기 때문에 흥행이 되는 것이고 만약 여권 후보들이 손학규를 이용만 한다면 결국 선거를 망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이명박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를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도자에 대해 윤리의식이 강하다. 한두 건도 아니고 이명박은 살아온 인생 자체가 지도자와 거리가 멀다. 최소한 노무현 정도는 돼야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안 선다. 난 박근혜와 손학규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두 사람 중 누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소설을 통해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북한의 플루토늄 20㎏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인가. “북한의 플루토늄 20㎏만 활용하면 한반도가 미국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데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으니 갑갑하다. 북한은 지금 어쩔 수 없이 핵포기의 수순을 밟고 있다. 원자로를 폐쇄하고 나면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 20㎏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때 우리가 공화당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한 사람을 평양으로 불러 김정일이 직접 그의 팔에 안겨주게 하거나 그가 미국으로 가져가거나 남한의 기술자를 불러 북한에서 해체하는 것을 감독하고 떠나거나 하게 하면 그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다. 미국이 골머리를 앓는 가장 큰 외교문제는 북한 핵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한반도가 미국 대통령을 뽑게 되는 것이고 한반도의 도움을 얻은 미국 대통령은 8년의 임기 동안 한반도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는 이 문제를 종용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또 움직일 것이다.”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Wednesday, 4 Jun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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